Chamber of the unburned: Floating Matters

소각되지 않는 것들의 방: 부유하는 물질들
2025.11.25. – 11.30.
부천아트벙커B39, 소각동 벙커, ArtBunkerB39, Bucheon

전시 소개

이곳은 사라짐을 담당하는 건축물이었다. 소각장은 쓰레기를 불태우고, 냄새와 연기, 재를 보이지 않는 어딘가로 밀어내는 도시의 장치였다. 그러나 완전히 소멸하는 물질은 없다. 타고 남은 재, 공기 속에 흩어진 미세 입자와 열, 기록 속 숫자와 데이터는 형태와 매체만 바꾸어 다른 차원에서 계속 작동한다. 이 전시는 그런 층위들, 소각과 삭제의 회로 바깥에서 여전히 지속되는 것들을 위해 마련된 하나의 방이다.

여기에서 다루는 것은 데이터-물질이다. 기계가 측정한 거리와 깊이, 좌표 값으로 변환된 풍경, 포인트 클라우드로 분해되고, 인공지능이 생성한 이미지와 시, 오류와 노이즈로 일그러진 형상들까지, 모두가 한 번의 소각과 삭제로 정리되지 않는 기억의 층위를 이룬다. 작가는 라이다 센서, 포토그래메트리, 실시간 렌더링, 생성형 인공지능 등의 기술을 통해 환경과 인간, 물질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것들이 알고리즘을 통과하면서 발생하는 미세한 편차와 비정합에 주목한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는 더 이상 투명한 정보의 매개가 아니라, 형태를 갖추기 전 단계에서 부유(Floating)하는 물질적 구성 요소로 전시장 안을 채운다.

관객이 마주하게 되는 것은 단일한 이미지나 완결된 서사가 아니라, 끊임없이 흔들리고 재구성되는 감각의 구조들이다. 점 구름으로 해체된 숲과 몸, 음파에 반응하며 일렁이는 입자 군집, 생년월일이라는 고정된 형식이 갖는 의미에 따라 생성된 시와 이미지의 조합은 현실과 가상, 인간과 비인간, 물질과 데이터의 경계를 일정하게 고정하지 않고, 애매한 상태로 떠 있게 만든다. 가상의 차원은 폐쇄된 방이기 보다, 불완전한 데이터와 비결정적 운동이 잠시 머무르며 형식을 시험하는 장(field)으로 작동한다.

작가는 데이터와 물질의 층위를 횡단하는 존재 양식을 ‘사변적 물질’이라 명명해 왔다. 이 전시에서 사변적 물질은, 기록된 데이터가 연산 구조와 결합하여 감각 가능한 형식으로 현현 되는 동시에, 오류와 노이즈, 편차를 통해 다시 비가시적 차원으로 흩어지는 운동으로 이해된다. 작품은 애초에 다른 방식으로 존재해 온 층위들—체계 밖으로 밀려나거나 아직 개념화되지 않은 데이터-물질들을 한데 드러내는 장치이다. 소각과 삭제, 정합성과 효율성을 향해 정렬된 세계에서 이 전시는 오히려 에러와 노이즈, 수치와 입자로 구성된 사변적 물질이 만들어내는 또 다른 현실의 단면을 제시하고자 한다. 관객은 이 방을 통과하며, 무엇이 저장되고, 무엇이 계산되며, 무엇이 끝내 소각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지—그리고 그 데이터-물질이 우리의 감각과 세계 인식을 어떤 방향으로 미세하게 전환하고 있는지—를 조용히 감지하게 될 것이다.

글: 양숙현